노자 도덕경(11장~20장)

노자 도덕경 제12장

나무와 까치 2013. 6. 10. 08:54

 

제12장. 목복目腹

 

 

 

오색령인목맹 오음령인이롱 오미령인구상 치빙전렵영인심발광 난득지화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畋獵令人心發狂 難得之貨

령인행방

令人行妨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며, 오음은 사람의 귀를 먹게 하고, 오미는 사람의 입맛을 버리게 한다. 말달려 사냥함은 사람의 마음을 광포하게 하며, 얻기 어려운 보화는 사람의 (참된) 행동을 방해한다.

 

- 五色ㆍ五音ㆍ五味: 여기서 오색은 청ㆍ적ㆍ황ㆍ백ㆍ흑의 다섯 색으로 온갖 아름답고 화려한 미색을 뜻하며, 오음은 궁ㆍ상ㆍ각ㆍ치ㆍ우의 다섯 음으로 온갖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악을, 오미는 신맛ㆍ쓴맛ㆍ단맛ㆍ매운맛ㆍ짠맛으로 갖가지 산해진미를 뜻한다.

이러한 오색, 오음, 오미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사치와 향락, 탐욕에 빠지게 하고 기이한 취미를 애착케 함으로써 임금으로 하여금 스스로 병들게 하고 국가재정을 낭비토록 한다. 탕진한 재정을 충당코자 임금은 조세와 법령으로 백성을 수탈하므로 백성의 삶은 피폐해지고 결국 안정된 생활의 터전을 이탈하여 정처 없이 유랑하는바 국정은 파탄이 나는 것이다.

 

- 難得之貨令人行妨: (말달려 사냥함은 사람의 천연한 본성을 사납게 하며 마음을 광포하게 한다.) 진귀한 보화는 사람의 마음을 빼앗으며 욕심과 집착으로 판단을 흐리어 임금의 떳떳한 행동을 방해한다.

 

 

시이성인위복불위목 고거피취차

是以聖人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이 때문에 성인은 (심신을 건강하게 돕는) 배를 위하되 (욕심과 집착으로 마음을 미혹되게 하는) 눈을 위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저(彼)를 멀리하고 이(此)를 취한다.

 

- 爲腹不爲目: 배는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갈무리하는 근원이자 그 기운을 온 몸으로 공급하는 보급기지이다. 내장을 튼튼히 하고 배를 잘 관리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늘 건강한 심신이 유지된다. 배가 불편하면 정신은 총기를 잃고 흐려진다.

또한 마음이 분산되지 않고 고요히 안정됨으로써 내장은 최상의 자정기능을 유지한다. 모든 심신(몸과 정신)의 건강은 근본적으로 배에서 시작되는바 내장의 건강은 곧 몸과 마음의 건강을 의미한다.

욕심과 집착, 불안, 긴장으로 마음이 어지럽고 생각이 복잡해지면 우선 당장 위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어서 그것은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치고 몸 전체의 유기적 작용에 문제가 발생하며 심신의 조화가 급속히 무너진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같이 여기서는 건강한 심신의 근본인 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뼈와 근육의 탄력과 신체의 강인함은 건강이 유지되는 전제에서 가능한 젊음의 축복이다.

눈은 외물을 탐지하여 자기의 생존에 관한 이해득실의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여 비축하는 창구이다. 눈은 신체외부기관 중 에너지 소모가 가장 많은 곳으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탐지하고 욕구를 좇아 탐색한다. 그리고 눈은 건강한 심신을 위한 기운까지도 끌어다가 탐욕과 집착을 위해 소모시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결국, 외부의 탐욕과 유혹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배를 소중히 함으로써 도에 이르는 기본요소인 건강한 심신과 맑고 순수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참고: 외부에 대한 욕구와 탐색을 지양하며 눈과 귀를 내면으로 돌려 자기 스스로를 비정하게 경계한다. 한 점의 안일도 허용함이 없이 아랫배 깊숙이까지 천천히 숨을 쉬면 내장이 편안해지며 몸 안을 흐르는 천연한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굳이 ‘의식을 하단전에 집중하여 운기조식하고 양신陽神을 이루어 도계로 승천하여 도통한다.’는 선도仙道나 도교의 수련법이나 수행방편을 (평생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거치지 않더라도 자아를 초월하는 천연한 본성과 순박한 심신의 회복은 누구나 가능한 것이다.>

 

- 去彼取此: ‘此’는 지금당장 내가 머물고 있는 실질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일상의 의식주에 요긴한 생활용품이나 소박한 마음이며, 크게는 만물의 근본바탕을 의미한다.

‘彼’는 당장 내가 머물고 있는 실질의 저쪽이다. 실생활의 용품 외의 희귀하고 진귀한 보화에의 애착이나 사치향락의 탐닉이며, 크게는 부귀공명의 야망을 의미한다.(去彼取此: 제12,38,72장)

 

 

[章注] 본장에서의 키워드는 ‘임금으로서 심신의 건강’이다. 임금이 스스로 사치와 향락, 기이한 취미, 진귀한 보화를 멀리하여 맑고 건강한 심신을 소중히 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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