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제28장
제28장. 대제大制
지기웅 수기자 위천하계 위천하계 상덕불리 복귀어영아
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 爲天下谿 常德不離 復歸於嬰兒
수컷(남성다움)을 알고 암컷(여성다움)을 지키어 천하의 시내가 된다. 천하의 시내가 되면 늘 덕이 떠나지 않아서 (백성은) 영아로 되돌아간다.
- 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 ‘雄’는 수컷이고, ‘雌’는 암컷이다. 수컷은 남성다운 강직함ㆍ용맹함ㆍ활동성ㆍ지도력 등을 상징하며, 암컷은 유연하고 은근함ㆍ겸손ㆍ순응성 등을 상징한다.
‘知其雄 守其雌’는 남성다운 강직함과 용맹함, 지도력을 알되 여성적인 유연함과 은근함, 겸손을 지킴이다.(제22장 古之所謂曲則全者 참고)(雌: 제10장)
- 谿: ‘谿’는 시내이다. 시내는 천하의 모든 물이 흘러들어 모이는 곳이다. 시냇물은 다시 아래로 흘러 강으로 가며, 강은 흘러서 바다로 들어간다.
시내는 늘 스스로를 비운 채 낮게 있으므로 천하의 모든 물이 흘러든다. 그렇게 항상 천하의 낮은 곳을 빠짐없이 어디에든 실핏줄처럼 흐르는 시내를 세상의 가장 심오한 곳에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유연하고 느긋하게 끊임없이 작용하는 도의 속성에 비유하였다.
- 復歸於嬰兒: ‘영아’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젖먹이 아이인데, 여기서는 영아처럼 순수하고 천연한 성정을 말한다.(復歸: 제14,16,52장)
지기백 수기흑 위천하식 위천하식 상덕불특 복귀어무극
知其白 守其黑 爲天下式 爲天下式 常德不忒 復歸於無極
밝음을 알고 어둠을 지키어 (이를) 천하의 법식으로 한다. 천하의 법식으로 하면 늘 (임금의) 덕이 (도에) 어긋나지 않고 (천하는 본래의) 끝이 없음으로 되돌아간다.
- 知其白 守其黑 爲天下式: (도의) 밝음을 알고 (세속의) 어둠을 지키어 (이를) 천하의 근본법식으로 한다. 여기서 ‘白’은 ‘도의 밝음’이며 ‘黑’은 ‘세속의 풍진’을 일컫는다. ‘知其白 守其黑’은 결국 ‘和光同塵’, 즉 세속과의 ‘同和’를 의미한다.(제22장 爲天下式 참고)
- 常德不忒 復歸於無極: (밝음을 알고 어둠을 지키어 그것을 천하의 근본법식으로 하면 임금의) 참된 덕이 늘 (도에) 어긋나지 않고 (천하는) 다함이 없는 (본래의) 영원한 것으로 되돌아간다.
여기의 ‘無極’은 글자 그대로 ‘끝이 없음’ 혹은 ‘한계가 없음’이며, 주역 등의 ‘태극’이나 ‘무극’ 등과 같이 형이상학적으로 개념화된 의미와는 다르다.
지기영 수기욕 위천하곡 위천하곡 상덕내족 복귀어박 박산즉위기 성인용지
知其榮 守其辱 爲天下谷 爲天下谷 常德乃足 復歸於樸 樸散則爲器 聖人用之
즉위관장 고대제불할
則爲官長 故大制不割
영화를 알고 욕됨을 지켜 천하의 골짜기가 된다. 천하의 골짜기가 되면 늘 덕이 넉넉하여 (백성은) 통나무둥치로 되돌아간다. 통나무둥치를 다듬으면 곧 (훌륭한) 그릇이 되고, 성인이 이를 써서 바로 기관의 수장으로 삼는다. 그러한바 큰 제도는 갈라 구분하지 않는다.
- 知其榮 守其辱 爲天下谷: 부귀영화를 알되 스스로 욕됨, 즉 낮고 소박함 을 기꺼이 지키어 (모든 것을 긍정하여 용납하는) 천하의 골짜기가 된다. ‘谷’은 ‘골짜기’이다. 골짜기는 텅 빈 채 낮게 있으되 천하의 모든 물이 흘러들어 마르지 않고 한없이 가마득하게 이어져간다.
- 樸散則爲器 聖人用之 則爲官長: ‘樸’은 ‘통나무둥치’이며 ‘질박한 근본바탕’ 혹은 ‘본질’을 의미한다. ‘散’은 옥편에 ‘흩다’, ‘흩어지다’ 등으로 나온다. 고대 금문에 보이는 ‘散’은 본래 ‘(복장의례複葬儀禮로서) 산야山野에서 풍화된 시체를 두드려 뼈에서 살을 발라낸다.’는 글자이다.
‘樸散’은 통나무를 깎고 다듬는다는 의미로서 통나무둥치 같은 질박한 사람을 다듬어 요긴한 그릇으로, 곧 훌륭한 재목으로 다듬는다는 표현이다.(樸: 제15,19,32,37장) 이 부분은 취지가 제27장의 ‘요묘要妙’와 연결된다.
- 大制不割: ‘大制’는 ‘큰 제도’로서 ‘천하의 시내(天下谿)’나 ‘천하의 계곡(天下谷)’ 같은 ‘천하의 근본이 되는 법식(天下式)’을 일컫는다. 진정 큰 제도는 사람을 선악이나 귀천 등으로 구분하여 차별하지 않고 세상 모든 것을 긍정하여 하나로 포용하는 것이다.
[章注] 도의 천연한 밝음을 그대로 이어받은 임금의 참된 덕은 ‘천하의 시내(天下谿)’나 ‘천하의 계곡(天下谷)’, ‘천하의 근본이 되는 법식(天下式)’ 같은 ‘大制’로써 이행된다.
원문 知其白 守其黑에서 ‘하상공’은 白以喩昭昭 黑以喩黙黙 人雖自知昭昭明達 當守之以黙黙 如闇昧無所見 如是則可爲天下法式 其德常在<백은 밝게 빛남을, 흑은 침묵함을 비유한다. 사람(임금)이 비록 자기가 아는 것이 밝고 통달하여도 묵묵함을 지키어 보는 것 없이 암매한 것과 같다. 이렇게 하여 천하의 법식이 될 수 있으며, 그 덕이 늘 있게 된다.>라고 黑을 黙(침묵)으로 해석하며 본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원문 復歸於無極에서 ‘하상공’은 德不差忒 則久壽長生 歸身於無窮極<덕이 어긋나 잘못되지 않으면 수명이 길고 오래 살며, 몸이 끝남이 없음으로 돌아간다.>라고 주석하여 양생의 관점으로 풀이한다.
원문 樸散則爲器에서 ‘하상공’은 萬物之樸散則爲器用 若道散則爲神明爲日月 分爲五行<만물의 근본바탕이 흩어지면 곧 유용한 그릇으로 되는 것은 마치 도가 흩어져 신명이 되고, 해와 달이 되며, 나뉘어져 오행이 되는 것과 같다.>라고 주석하며 선도의 개념으로 풀이한다.
한편, 왕필은 이 부분을 樸 眞也 眞散則百行出 殊類生 若器也 聖人因其分散 故爲之立官長 以善爲師 不善爲資 移風易俗 復使歸於一也<‘박’은 ‘(근본바탕의) 진실함’이다. 진실함이 흩어져 온갖 행태가 나오며 다른 분류가 생겨나는 것이 마치 (통나무로 만들어지는) 그릇과 같다. 성인은 진실함이 나뉘고 흩어짐에 따라 관의 장을 세우며, 선인을 스승으로 삼고 불선인을 자원으로 하여 풍속을 바꾸고 다시 하나(바탕의 질박함)로 돌아가게 한다.>라고 주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