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31장~40장)

노자 도덕경 제34장

나무와 까치 2013. 11. 10. 14:00

제34장. 불위주不爲主

 

 

 

대도범혜 기가좌우 만물시지이생이불사 공성불명유 의양만물이불위주

大道氾兮 其可左右 萬物恃之而生而不辭 功成不名有 衣養萬物而不爲主

큰 도는 (하도) 널리 퍼져있어서 좌우가 가능하다. 만물이 (그에) 의지하여 살아감에도 (스스로를) 치사하지 않고, (아름다운 질서로) 공을 이루어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며, 만물을 입히고 먹여 길러도 주인이 되지 않는다.

 

- 大道氾兮 其可左右: 큰 도는 세상에 너무도 넓게 퍼져있어 어떤 것이든 하지 않음이 없으며, 생生ㆍ사死ㆍ흥興ㆍ망亡ㆍ성盛ㆍ쇠衰 등 모든 것이 가능하다. 여기서 ‘大道’는 ‘큰 도’이며, ‘우주대자연의 섭리 같은, 상자연한 도’이다. ‘좌’는 동東으로서 ‘生’을 뜻하며, ‘우’는 서西로서 ‘死’를 뜻한다.(제31장 君子居則貴左 用兵則貴右 참고)(大道: 제18,34,53장)

 

- 萬物恃之而生而不辭: 만물이 (도에) 의지하여 살아감에도 (이에 스스로를) 치사致辭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제2장 ‘萬物作焉而不辭’와 구조가 비슷하다. 다만 여기서는 그 주체가 ‘道’이나 제2장에서는 ‘성인(道를 그대로 좇아 따르는 德)’이 주체라는 점이 다르다.

 

- 功成不名有: 공을 이루어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노자』에서 ‘功’이라 하면 대체로 ‘천하를 자연의 섭리처럼 평화롭게 안정시킨 치세의 업적’을 뜻한다. 이름을 드러낸다는 것은 이룩한 공을 내세워 자기스스로 명예를 높여 치사하는 것이다.

 

- 萬物: ‘萬物’은 본래 천하의 만물초목을 일컫는다. 『노자』에서 ‘萬物’이라 하면 대체로 ‘세상사람’ 또는 ‘세상’, ‘세상물정’ 등을 말한다.

이처럼 ‘만물’로써 ‘세상사람’을 일컫는 것은 도를 좇아 천하 만물을 운영하는 ‘천지자연’과 인간의 삶을 책임지는 ‘왕’을 같은 위상으로 대접하는 의미이며, 동시에 천지자연 같은 그러한 덕이 왕의 본분임을 다시 강조하는 의미도 있다.(萬物: 제1,2,4,5,8,16,32,34,37,39,40,42,51,62,64장)(萬物草木: 제76장)

 

 

상무욕 가명어소 만물귀언이불위주 가명위대 이기종부자위대 고능성기대

常無欲 可名於小 萬物歸焉而不爲主 可名爲大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도는) 늘 욕심이 없어 작다고 이를 수 있으되, 만물이 (도로) 돌아가는데도 주인으로 되지 않으니 크다고 이를 수 있다. (그렇게) 끝까지 스스로 큼(大)이 되지 않으므로 그 큼을 이룰 수가 있다.

 

-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도는 대단히 심오한 곳에서 은미하게 있으면서 언제 어디에서나 끊임없이 작용하는바 그 작용이 미약한듯하나 (도가) 하지 않는 것이 없다. 도는 그렇게 끝까지 스스로 큰 것이 되지 않고 아주 작은 것부터 느긋하게 순리로 이루어가므로 결국은 지극히 거대한 것(곧, 우주만물의 조화로운 질서)을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章注] 우주대자연의 섭리와 같은 대도는 너무나 크고 광원廣遠하다. 도는 대단히 심오한 곳에서 은미하게 있으면서 언제 어디에서나 끊임없이 작용하는바 그 작용이 미약한듯하나 (도가) 하지 않는 것이 없는바 결국은 지극히 거대한 우주만물의 조화로운 질서를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원문 萬物恃之而生而不辭에서 ‘하상공’은 ‘恃 待也 萬物皆待道而生 道不辭謝而止<‘시’는 ‘기다리다’이다. 만물은 모두 도를 기다려 생겨난다. 도는 (만물을) 사절하며 제지하여 말하지 않는다.(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주석한다.

이는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천계로 돌아가고, 그 영혼들은 도를 수련한 정도에 따라 여러 단계의 천계에서 각각 대기하였다가 도계의 원신元神에 의하여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선도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원문 衣養萬物而不爲主는 「하상공장구」에는 愛養萬物而不爲主라고 되어 있고, ‘道雖愛養萬物 不如人主有所收取<도는 비록 만물을 아끼고 길러주지만 (재물을) 거두어들이는 군주와 같지 않다.>’라 주석하며 황로학적 입장으로 풀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