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21장~30장)

노자 도덕경 제27장

나무와 까치 2013. 9. 23. 07:48

 

제27장. 요묘要妙

 

 

 

선행무철적 선언무하적 선수불용주책 선폐무관건이불가개 선결무승약이불

善行無轍迹 善言無瑕讁 善數不用籌策 善閉無關楗而不可開 善結無繩約而不

가해

可解

참되게 운행하여 바퀴자국이 남지 않으며, 참되게 말을 하여 허물로 책망들을 일이 없고, 참되게 셈을 하므로 주책을 사용하지 않는다. 참되게 닫으므로 관건(빗장과 자물쇠)이 없으나 열 수 없으며, 참되게 묶어서 끈의 매듭을 짓지 않으므로 (이를) 풀 수가 없다.

 

- 善行無轍迹 善言無瑕讁 善數不用籌策 善閉無關鍵: (임금이)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도의 속성처럼) 천연한 그대로 참되게 행한다면 모든 일은 은미하게 흔적도 없이 완전하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 善數不用籌策: 참되게 셈을 하여 주책(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주책籌策’은 셈법이나 회계법 혹은 셈하는 도구를 일컫는다. 당시에는 조세를 담당하는 관리가 복잡한 셈법과 도구를 교묘히 적용하여 조세를 갈취하는 일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 善結無繩約 而不可解: 참되게 묶어 노끈의 매듭을 짓지 않고 흔적도 없이 마무리하므로 이를 풀 수가 없다. 즉, 자연의 섭리처럼 사사로움이 없이 천연한 그대로 일을 하므로 그것을 임의로 조작하거나 거스를 수가 없다.

 

 

시이성인상선구인 고무기인 상선구물 고무기물 시위습명

是以聖人常善救人 故無棄人 常善救物 故無棄物 是謂襲明

그렇게 성인은 늘 참되게 사람을 구하므로 사람을 버림이 없으며, 항상 참되게 물건을 구하므로 물건을 버림이 없다. 이를 습명(도의 밝음을 이어받음)이라 한다.

 

- 救人·救物: 여기의 ‘救’가 ‘求’로 된 판본도 있는데, 이 장에서 ‘救’는 ‘구할 구’의 뜻으로 쓰였다. ‘物’은 ‘물건物件’으로 새길 수 있다.(物: 14,16,21,24,25,27,29,31,42,51,55,57,65장)

 

- 襲明: (도의 천연한) 밝음을 이어받다. ‘襲’은 본래 ‘(선조의 옷을) 껴입다ㆍ물려받다ㆍ따르다ㆍ겹치다’ 등의 뜻이며, 그로부터 ‘답습踏襲ㆍ세습世襲’ 등의 뜻으로 쓰인다.

사람이나 물건을 그 자질이나 실질에 따라 참되게 구하여 적소에 쓰게 되므로 사람과 재물을 버리는 일이 없다는 것은 도의 천연한 밝음을 그대로 좇는 일이다. 이를 ‘습명襲明’이라 하는데, 이 ‘습명’에는 임금이 도의 밝음을 이어받음으로써 그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느낌도 있다.

 

 

고선인자불선인지사 불선인자선인지자 불귀기사 불애기자 수지대미 시위요

故善人者不善人之師 不善人者善人之資 不貴其師 不愛其資 雖智大迷 是謂要

선인(참된 인사)은 불선인(참되지 않은 인사)의 스승이고 불선인은 선인의 자원이다. (불선인이) 그 스승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선인이) 그 자원을 아끼지 않으면 비록 (그 행동이) 지혜롭다 해도 크게 혼미하다. 이를 요묘(요긴함의 묘)라 한다.

 

- 善人ㆍ不善人: 『노자』에서 쓰이는 ‘善’은 현대적 의미의 착함 혹은 능숙함, 능통함과는 차이가 있다. 여기서 ‘善’은 만물 본래의 참된 성정이며, ‘참됨’ 혹은 ‘꾸밈없이 자연스러움’으로 새겨야한다. 현대적 의미로는 ‘천진天眞’에 가깝다.

‘善人’은 ‘(천연한 그대로의) 참된 사람’이며, 참된 임금 또는 참된 지도자, 참된 인사, 聖人 등으로 새길 수 있다. ‘不善人’은 욕망과 집착으로 참된 본성이 가리어진 ‘참되지 않은 사람’이며, ‘참되지 않은 인사人士’로 새길 수 있다. 여기서는 ‘善人’의 상대어가 ‘惡人’이 아니고 ‘不善人’이라는 점에 유의한다.

(善: 2,8,15,20,27,30,41,49,50,54,58,62,65,66,68,73,79,81장)(제20장 善ㆍ惡 및 제15장 善爲士, 제27장 善人ㆍ不善人, 제62장 善人ㆍ不善人ㆍ不善 참조)

 

- 要妙: ‘요묘’는 직역으로 ‘요긴함의 묘’이다. 선인(참된 지도자)과 불선인(참되지 않은 인사)이 서로를 귀중하게 여기고 아낌으로써 선인(임금)은 불선인(자원)을 능력에 따라 각각 적소에 쓸 수가 있고, 불선인은 선인을 본받아 그대로 따르므로 그 요긴한 이치가 오묘하다.

‘要妙’는 ‘요긴한 오묘함’이며, 제1장에서 언급된 ‘온갖 오묘함(중묘衆妙)’의 하나이다. ‘要妙’의 취지는 제28장의 ‘樸散則爲器’와 연결된다.(妙: 제1,15,27장)

 

 

[章注] (도의 천연한) 밝음을 이어받아 사람이나 물건을 참되게 구하여 참되게 쓰므로 이를 버리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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