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장. 문도聞道
상사문도 근이행지 중사문도 약존약망 하사문도 대소지 불소 부족이위도
上士聞道 勤而行之 中士聞道 若存若亡 下士聞道 大笑之 不笑 不足以爲道
상의 (참된) 인사는 도를 듣고 근면하게 이행한다. 중의 (보통) 인사는 도를 듣고 긴가민가 여긴다. 하의 인사는 도를 들으면 크게 웃는다. (하의 인사가) 웃지 않으면 도로서 부족하다.
- 上士聞道 勤而行之: 여기서 ‘士’는 노자 당시의 행정직제의 명칭인 공ㆍ경ㆍ대부ㆍ상사ㆍ중사ㆍ하사의 상사ㆍ중사ㆍ하사와는 다르다. ‘士’는 본래 고대에 부족의 왕이나 왕자, 제후, 귀족 등의 신분을 의미하며, 여기서는 ‘지도자’나 ‘인사人士’, ‘선비’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제15ㆍ68장 善爲士 및 제27ㆍ62장 善人ㆍ不善人 참고)
‘上士’는 참된 지도자로서 ‘선인善人’과 비슷하며 ‘상의 인사’로 새길 수 있다. ‘下士’는 참되지 못한 지도자로서 ‘불선인不善人’과 비슷하며 ‘하의 인사’로 새길 수 있다. ‘中士’는 중간 정도의 지도자로서 ‘중의 인사’로 새길 수가 있다.
≪참고: ‘士’는 고대 갑골문 및 금문에서 ‘王’과 모양이 매우 흡사한 글자이다. ‘王’은 ‘士’에 가로획(一)을 하나 더하였을 뿐 ‘士’와 유사한 모양이며, 커다란 도끼의 날을 밑으로 향한 형태로서 권위를 나타낸다.
‘王’과 함께 ‘士’나 ‘父’도 마찬가지로 도끼를 가지고 권위와 권력을 나타내는 문자인데, 중국의 은허 유적지에서 아름다운 조각장식을 한 의장용 도끼가 많이 출토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한자의 세계(시라카와 시즈카)』 참고)≫
- 下士聞道 大笑之 不笑 不足以爲道: 본래 도는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화려하고 성스럽거나 신비한 모습이 아니다. 즉, 구름과 비를 부르고 한 걸음에 천리를 달리며, 사사로운 이득과 부귀영화를 위해 임의로 세상일을 조종할 수 있는 그런 신묘한 수단도 아니다.
오히려 도는 너무도 소박하고 단순하고 겸손하며 우매하고 부족한 것 같아서 일반의 사람들은 참된 도를 보면 그저 무시하거나 비웃게 된다. ‘下士’가 웃지 않는 도라면 이미 그럴듯한 명분과 모습을 갖추었다는 것이고, 이는 이미 그만큼의 꾸밈이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下士’가 웃지 않으면 이미 도가 아닌 것이다.(제15장 古之善爲士者 참고)
고건언유지 명도약매 진도약퇴 이도약뢰 상덕약곡 대백약욕 광덕약부족
故建言有之 明道若昧 進道若退 夷道若纇 上德若谷 大白若辱 廣德若不足
건덕약투 질진약유 대방무우 대기만성 대음희성 대상무형
建德若偸 質眞若渝 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無形
그리하여 (예전부터) 전하는 말이 있는데, 밝은 도는 우매한 것 같고, 나아가는 도는 물러나는 것 같고, 원대한 도는 (간단한) 줄 매듭(셈법) 같다.
참된 덕은 (텅 빈) 골짜기 같으며, 크게 밝음은 욕됨 같고, 널리 미치는 (참된) 덕은 (무언가) 부족한 듯하고, 덕을 세움은 (남몰래) 도둑질하는 것 같으며, 바탕이 참되면 (쉽게) 변질하는 듯하다.
(천하의 사방에는 모서리가 없듯이) 큰 방위는 모서리가 없고, (천지자연의) 큰 그릇은 (만사를) 느긋하게 때가 되어야 이루고, 큰 음은 소리가 (거의) 나지 않으며, 큰 형상은 형태가 없다.
- 夷道若纇: 원대한 도는 줄 매듭 같다. 넓고 크고 먼 도는 마치 단순하고 쉬운 줄 매듭 셈법과 같아서 어렵고 복잡하지 않다.
- 大白若辱: 크게 밝음은 욕된 것 같다. 크게 밝음은 스스로 소박하고 겸손하며 스스로의 밝음을 드러내지 않고 천연한 그대로 주위와 동화하므로 일반(하의 인사)의 눈에는 치욕처럼 보인다.
- 建德若偸 質眞若渝: 참되게 덕을 세움은 도둑질하듯이 마무도 모르게 행하는 것이며, 바탕이 참되면 (주위와 더불어 쉽게 동화하므로) 변질하는 듯이 보인다. 왕필은 '渝'를 '(은밀하게) 사통하는 짝'이라고 주석하였다. 한편, 주희는 『논어 사서집주』 ‘태백泰伯’편(제8-2장) ‘故舊不遺則民不偷<이 때문에 옛날의 (참된) 것을 유기하지 않으면 백성이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에서 ‘偸’를 ‘박薄(각박함)’이라 주석하였는데, 이는 도둑질을 하게 되면 백성의 성정이 그토록 각박해진다는 풀이일 뿐 ‘偸’의 자의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 大器晩成: 큰 그릇은 늦게 이룬다. 즉, 천지자연은 도의 천연한 속성을 그대로 좇아 만사를 느긋하게 때가 되어야 이룬다. 여기서 ‘大器(큰 그릇)’는 제29장의 ‘神器(신의 기구)’와 같은 방식으로 ‘천지자연’을 뜻한다.
(器: 제11,28,29,31,36,41,57,67,80장)(제29장 神器 및 『장자』 ‘양왕’편 天下大器也 참고)
- 大象無形: ‘象’은 ‘형상形象’ 혹은 ‘물상物象’이며, 대상은 ‘큰 모습’으로, 곧 ‘도의 큰 형상’을 일컫는다. ‘形’은 ‘형태’로 새긴다.(大象: 제35장)(象: 제4,14,21,35,41장)
도은무명 부유도 선대차성
道隱無名 夫唯道 善貸且成
도는 이름 없이 숨어있으며, 오직 도는 참되게 빌려주고서 (덕으로 하여금 만물을) 이룰 뿐이다.
- 道隱無名 夫唯道 善貸且成: 도는 직접 스스로 만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없이 숨어있으면서 오직 德에서 참되게 빌려주고, 그런 다음에덕으로 하여금 (도의 운행을 그대로 좇아서 만물을) 이루게 한다. 여기서 '덕'이란 천지 또는 성인을 의미한다.(제21장 孔德之容 唯道是從 참고)
[章注] 원문 建德若偸에서 왕필은 ‘偸 匹也 建德者 因物自然不立不施 故若偸匹<‘투’는 ‘(사통하는) 짝’이다. 덕을 세움은 만물이 자연하도록 (그 위에) 군림하지 않고 (법령 등을 획일적으로) 시행하지 않음에서 비롯한다. 그러므로 통정하는 짝과 같다.>‘이라 주석한다.
원문 大器晩成에서 ‘하상공’은 ‘大器之人若九鼎瑚璉 不可卒成<구정이나 호련과 같은 큰 그릇의 인물은 졸지에 이루어지지 않는다.>’이라 하고,
원문 大音希聲에서는 ‘大音猶雷霆待時而動 喩常愛氣希言也<큰 음은 때를 기다려 움직이는 우레나 벼락과 같다. 말하자면 항상 기운을 아끼고 말을 적게 한다는 것이다.>’라 하며 선도의 개념으로 풀이한다.
또, 하상공은 원문 夫唯道 善貸且成에서 ‘成 就也 言道善稟貸人精氣 且成就之<‘성’은 ‘성취’이다. 도는 사람에게 참되게 정기를 내어 빌려준 다음 (큰 질서를) 이룬다는 말이다.>’라고 주석하는데, ‘道(元神)가 참된 사람에게 정기를 품부한다.’는 것은 仙道의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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