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51장~60장)

노자 도덕경 제59장

나무와 까치 2014. 5. 26. 06:51

제59장. 조복早服

 

 

 

치인사천막약색 부유색 시위조복 조복위지중적덕

治人事天莫若嗇 夫唯嗇 是謂早服 早服謂之重積德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일에는 아낌(嗇)만한 것이 없다. 오로지 (모든 것을) 아낀다. 이를 일컬어 조복(일찍이 따름)이라 한다. 조복은 말하자면 덕을 두텁게 쌓는 것이다.

 

- 治人事天: ‘事天’은 ‘하늘을 섬기는 일’이며, 본래의 자의는 하늘에 제사지내는 일을 뜻한다. 여기서 ‘天’은 우주대자연의 섭리 같은 ‘도’를 말하며, ‘事天’이란 도의 밝음을 그대로 좇아 참되게 덕을 이행하는 것이다.

 

- 莫若嗇: ‘嗇’의 자의는 ‘아낌’이며, 본래는 농부가 정성껏 농작물을 보살피고 알뜰히 갈무리한다는 의미의 글자이다. 농부가 정성껏 곡식을 보살피고 아끼듯 임금이 스스로 몸과 사람, 재물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정성들여 아끼는 것이다.

‘아낌’은 검소儉素이며, 곧 소박素樸과 절제이다. 제19장에서 ‘見素抱樸’이라 하여 ‘素樸’을 강조한 것은 도에 이르는 시작이 ‘소박’과 ‘절제’에 있다는 것이다. ‘莫若嗇’, 즉 아낌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은 아낌이야말로 소박素樸하고 절제된 삶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 是謂早服: ‘早服’은 ‘일찌감치 (도를) 따름’이다. ‘服’은 본래 ‘옷(복)을 입다’, ‘복종하다’, ‘따르다’ 등의 자의가 있다. 본래 ‘복을 입는다’는 것은 ‘(특정 집단의) 복식服式을 따른다는 것’이며, 이는 특정 집단의 이념과 제도, 법식에 따라서 살아간다는 ‘服從’과 연결된다.

여기서 ‘服’은 ‘도의 밝음을 그대로 좇아 따름’으로 새길 수 있으며, ‘早服’은 ‘일찍이 (도를) 좇음’이다. 스스로를 철저하게 경계하며 오로지 몸을 아끼고 사람을 아끼고 재물을 아낌(嗇)으로써 일찌감치 도를 좇아 (조기에) 도의 밝음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 구절에서 「하상공장구」는 ‘早 先也 服 得也 ... 愛精氣則能先得天道也(...정기를 아끼면 곧 천도를 남보다 먼저 체득하여 얻을 수 있다.)’라고 주석하고 있다.

 

- 早服謂之重積德: 조복은 말하자면 덕을 겹겹이 쌓는 것이다. (임금이) 스스로 자신을 철저히 경계하며 자기의 몸과 사람, 재물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정성들여 아낌(嗇)으로써 일찌감치 도를 좇아 밝음을 얻는 것을 일러 덕을 겹겹이 두텁게 쌓는 것이라 한다.

이 부분은 결국 嗇(아낌) →早服(일찍이 도를 좇음) →重積德(덕을 두텁게 쌓음)의 과정으로 설명이 된다.

 

 

중적덕즉무불극 무불극즉막지기극 막지기극 가이유국

重積德則無不克 無不克則莫知其極 莫知其極 可以有國

덕을 두텁게 쌓음은 (무엇이든) 극복하지 못함이 없고, 극복하지 못함이 없으면 곧 그 (극복하지 못하는) 끝을 알 수 없다. 그 끝을 알 수 없으니 (늘) 나라를 유지할 수 있다.

 

 

유국지모 가이장구 시위심근고저 장생구시지도

有國之母 可以長久 是謂深根固柢 長生久視之道

나라를 유지하는 어미는 길이 오래가는 것인바 이를 일러 뿌리가 깊고 바탕이 굳건하여 (인류가) 길이 살아서 오래도록 보게 되는 도라고 한다.

 

- 有國之母 可以長久: 나라를 유지하는 어미는 길이 오래간다. 여기서 ‘유국지모’는 나라를 유지하는 근본으로서 곧 도를 말하며, 이를 ‘長生久視之道’라 일컫는다.

 

 

[章注] 원문 事天에서 ‘하상공’은 ‘事 用也 當用天道順四時<‘사’는 ‘쓰다’이다. 온당히 천도를 써서 사계절에 순응한다.>‘라고 주석하여 ‘도를 쓴다.’라는 개념을 보이고 있다.

원문 有國之母 可以長久에서는 ‘國身同也 母 道也 人能保身中之道 使精氣不勞 五神不苦 則可以長久<국가와 몸은 동일하다. ‘모’는 ‘도’이다. 사람이 몸 안의 도를 보전할 수 있으면 정기를 피로하지 않게 하여 오신이 고통스럽지 않으니 길이 오래 간다.>‘라고 황로학의 입장에서 해석한다.

한편, 왕필은 이 부분에서 ‘國之所以安 謂之母 重積德 是唯圖其根然後營末 乃得其終也<나라가 평안하게 하는 것을 ‘어미’라고 한다. 진중하게 덕을 쌓음은 오직 그 근본을 도모한 연후에 말단을 헤아려서 그 결과를 얻는 것이다.>’라고 주석하여 현학의 개념으로 풀이한다.

원문 是謂深根固柢는 「하상공장구」에 ‘柢’가 ‘蒂’로 되어 있으며, ‘人能以氣爲根 以精爲蒂 如樹根不深則拔 蒂不堅則落 言當深藏其氣 固守其精 使無漏泄<사람은 기를 뿌리로 하고 정으로 꼭지를 삼을 수 있는데, 마치 나무뿌리가 깊지 않으면 뽑히고 (과실의) 꼭지가 견고하지 않으면 떨어지는 것과 같다. (이는) 마땅히 기를 깊이 간직하고 정을 견고하게 지켜 누설함이 없도록 한다는 말이다.>’이라고 주석하여 선도의 입장으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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