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71장~81장)

노자 도덕경 제74장

나무와 까치 2014. 9. 7. 09:57

제74장. 상수傷手

 

 

 

민불외사 내하이사구지 약사민상외사이위기자 오득집이살지 숙감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若使民常畏死而爲奇者 吾得執而殺之 孰敢

백성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찌 죽음이 겁나겠는가? (그것은) 백성으로 하여금 늘 죽음이 두렵도록 하면서 기묘하게 행동하면 우리는 다잡아 죽이기 때문이다. 누가 감연히 그렇게 하는가?

 

-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백성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렵게 여기지 않는다. 어찌 죽음이 겁나겠는가? 백성을 세밀하게 감찰하며 제도나 법령으로 상벌을 정하고 획일적으로 통제하므로 모두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투며 나서는데 어찌 죽음이 겁나겠는가?(畏: 제15,17,20,53,72,74장)

사람으로서 죽음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여기는 그 자체로 이미 스스로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설사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한다고 해도 ‘예수의 죽음’ 정도가 아니라면 어떤 경우이든 스스로 택한 죽음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 若使民常畏死而爲奇者 吾得執而殺之: (그것은) 백성들로 하여금 늘 죽음이 두렵도록 (세밀히 감찰하고 통제)하면서 (법령 등을) 기묘하게 어기면 우리는 (그들을) 다잡아 죽이므로 그렇다.

‘吾’는 자기를 낮추면서 상대방을 대접하여 ‘나’를 칭하는 것이 본래의 쓰임인데, 가족이나 특정 집단 등 몇 명의 무리를 대표하여 대외적으로 ‘나’를 칭할 때는 ‘우리’가 된다.

한편, 대화상대자를 우호적으로 대접하는 의미에서 ‘나’와 함께 ‘우리(吾)’라 칭하며 ‘나’라는 1인칭을 대신하거나, 혹은 그런 식으로 대화상대자를 예우하여 ‘그대(You)’의 2인칭을 대신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기이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잡아 죽이는 주체가 임금이므로 대화의 당사자인 임금을 ‘우리(吾)’라고 표현하며 직접적인 지칭을 피하되 실제로는 ‘吾’로써 ‘그대’, 즉 임금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제49장 및 제74장 吾 용례).(吾: 4,13,16,21,25,29,37,42,43,49,54,57,69,70,74)

 

- 爲奇: 기이한 행동을 하다. 여기서 ‘기이한 행동’은 법령이나 제도를 기묘하게 어김을 말한다.

 

- 孰敢: 누가 감연히 그렇게 하는가? 즉, 그렇게 하는 것은 곧 부도不道한 군주이다.

 

 

상유사살자살 부대사살자살 시위대대장착 부대대장착자 희유불상기수의

常有司殺者殺 夫代司殺者殺 是謂代大匠斲 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

(본래는) 항상 죽임을 맡은 것이 있어서 죽이는데, 대개는 대리로 죽임을 맡은 것이 죽인다. 이를 대대장착(대리 대목)이라 한다. 대저 대대장착이라는 것은 그 손을 다치지 않음이 드물다.

 

- 常有司殺者殺 夫代司殺者殺: 여기서 ‘司殺者’, 즉 ‘(항상) 죽임을 맡은 것’은 도를 그대로 좇아 행하는 ‘천지자연’을 뜻한다. ‘代司殺者’는 ‘대리로 죽임을 맡은 것’이며, 이는 하늘의 천벌을 대신하여 받든다는 ‘임금’을 가리킨다. 임금은 그렇게 하늘을 대신하여 징벌한다는 명분으로 백성을 함부로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殺’은 살해殺害, 도살屠殺처럼 명분과 절차가 없이 임의적으로 죽이는 행위로서, 병사하거나 자연적으로 죽는 ‘死’와는 차이가 있다.

 

- 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 여기서 ‘대장착大匠斲’은 능숙하게 연장을 다루어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대목大木’으로 새길 수 있으며, 대리 대장착(代大匠斲)을 소위 하늘의 뜻을 대신하여 죽임을 맡아 행한다는 ‘대사살자代司殺者’에 비유하였다.

‘대사살자(임금)’는 그 솜씨가 ‘사살자(천지자연)’와 같을 수가 없다. 섣부른 솜씨의 대리 대목은 결국 언젠가 자기 연장에 몸을 다치게 되어있는 것이다. 본래 사람을 죽이고 살리며 징벌하는 일은 오직 하늘(천지자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임금이 제도와 법령을 가혹하게 집행하며 살인을 일삼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 司殺者ㆍ代司殺者: ‘司殺者’는 ‘죽임을 맡은 것’으로 곧 ‘천지자연’을 가리키며, ‘代司殺者’는 ‘대리로 죽임을 맡은 것’으로 곧 임금을 의미하고 있으나 임금에 대한 직접적인 지칭을 피하기 위해 ‘죽임을 맡은 것’이라 하여 ‘者’를 써서 비인격적으로 비유하였다. 즉, 여기의 ‘代司殺者’는 ‘대리로 죽임을 맡은 기관’ 정도의 어감으로 이해할 수 있다.

‘者’는 본래 사람을 뜻하는 글자가 아니라 ‘(사물의) 어떠한 것’이 그 원래의 자의이다. 『노자』에서 ‘者’가 사람을 가리키는 용례는 어떤 형태로든지 여기 제74장 이외에는 없으며, 여기서도 비록 사람에 대한 지칭으로 쓰이긴 하였으나 이를 비인격적인 상황으로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者: 제1,3,7,15,22,23,24,27,29,30,31,33,61,68,70,74장)

 

[章注] 본장에서는 천지자연의 섭리 같은 천연한 덕에 반하는 극단적인 사례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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