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장. 병병病病
지부지상 부지지병 부유병병 시이불병
知不知上 不知知病 夫唯病病 是以不病
(나의 뜻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지극히 참된 것이다. (상대적 분별에 의한 지혜로 기존의 제도와 법식을) 안다는 것을 (스스로) 알지 못함은 병이다. (그래서) 세상은 오로지 병이고 병이다. 그로써 병이 아니다.
- 知不知上: (자애, 검소, 상자연함을 귀중히 여기는 나의 뜻을) 알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여기서 ‘不知’의 대상을 ‘도의 밝음’으로 풀이하더라도 틀린 것은 아니나 문맥상 제70장에서 이어지는 ‘자애, 검소, 상자연함을 귀중히 여기는 나의 뜻’으로 해석한다.
내가 무엇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한다는 것은 이미 그 문제의 해결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므로 이는 도의 밝음에 이르기 위한 입장에서는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 不知知病: 상자연常自然한 道의 밝음이 아닌 학식이나 문리文理적 사변 같은 상대적 분별에 의한 지혜로써 기존의 제도와 법식, 즉 소위 ‘자잘한 도’가 참된 것이라 알고 있다는 것을 자기가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은 병이다.
- 夫唯病病 是以不病: 세상은 오로지 (모두가) 병이고 병이다. 그래서 병이 아니다. 세상은 오직 상대적 분별에 의한 지혜와 소위 ‘자잘한 도’가 만연하여 모두가 병이고 병인데도 그것이 이미 만성이 되어 누구도 그와 같은 병폐를 알지 못하므로 병인 줄을 모른다. 그것이 바로 병이다.
성인불병 이기병병 시이불병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성인은 병이 아닌 것이 그러한 병을 병이라 여긴다. 그로써 병이 아니다.
-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성인은 도의 밝음으로 그러한 병폐를 통찰하므로 스스로는 병이 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병이 아니다.
[章注] 본장은 제70장의 취지가 그대로 이어진다. 세상은 오직 상대적 분별에 의한 지혜와 소위 ‘자잘한 도’를 내세우며 탐욕과 위선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음해하고 갈등하면서 처절히 다투어 부귀권세와 명예를 얻는 것을 더없이 귀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도 그것이 병인 줄을 모른다.
원문 知不知上에서 ‘하상공’은 ‘知道而言不知 德之上<도를 알지만 알지 못하는 듯이 말하는 것은 덕이 지극한 것이다.>’이라고 주석하고;
원문 不知知病에서는 ‘不知道而言知 德之病也<도를 알지 못하면서 아는 것으로 말하는 것은 덕이 병든 것이다.>’라고 주석하며;
원문 夫唯病病 是以不病은 ‘夫唯能病苦衆人有强知之病 是以不自病也<(성인은) 오로지 뭇사람들이 ’强知之病‘, 즉 ‘상대적 지혜’로써 아는 병을 갖고 있음을 병고로 느낄 수 있는바 이로써 자기 스스로의 병이 아니다.>’라고 주석한다.
한편 이 부분의 『노자』 원의는, 원문 ‘夫唯病病 是以不病’에서 ‘夫唯’가 ‘세상에 오로지’로 해석되므로 ‘세상은 오로지 병이고 병이며 그것이 이미 만성이 되어 이젠 병으로 여기지 않는다,’로 풀이되는바 ‘是以不病’의 주어는 성인이 아니라 뭇사람(衆人)이 되며, 「하상공장구」의 해석과 차이를 보인다.
원문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에서 ‘하상공’은 ‘聖人無此强知之病者 以其苦衆人有此病 以此悲人 故不自病 云聖人懷通達之知 託於不知者 欲使天下質朴中正 各守純性 小人不知道意而妄行 强知之事以自顯著 內傷精神 減壽消年<성인에게 이런 ‘상대적 지혜’로써 아는 병이 없다는 것은 대중에게 이런 병폐가 있음을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을 가엾게 여기기 때문에 스스로는 병이 아니다. 말하자면 성인이 (도에) 통달한 앎을 품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맡겨두는 것은 천하가 질박하며 마음이 바르도록 하여 사람들이 각자 순수한 성정을 지키도록 하고자함이다. 소인이 도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망령되게 행동하고, 머리만의 앎으로 일을 함으로써 스스로 돋보이도록 하는 것은 안으로 정신을 상하게 하여 수명을 감하고 허송세월하는 것이다.>’이라고 주석하여 황로학의 입장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 왕필은 본장 전체를 10자로 간단하게 주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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