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71장~81장)

노자 도덕경 제78장

나무와 까치 2014. 10. 6. 08:08

제78장. 정언正言

 

 

 

천하막유약어수 이공견강자막지능승 이기무이역지

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强者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천하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이 없으나, 견고하고 강함이 (물을) 공격한다면 이길 수없다. 그 까닭은 그것(물)이 무로 변하기 때문이다.

 

- 天下莫柔弱於水而攻堅强者莫之能勝: 천하에 물보다 더 유연하고 약한 것이 없으나 견고하고 강함이 (물을) 공격한다면 (그 물을) 이길 수 있는 것이 (그 어느 것도) 없다. 여기서 ‘堅强者’는 ‘攻’과 ‘莫之能勝’ 사이에 위치하여 ‘攻’과 ‘莫之能勝’ 모두에 주어가 되고 있다.

한편,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 그 대부분은 ‘물이 견강함을 공격한다면 물은 이기지 못함이 없다’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같이 ‘유약한 물이 견강함을 친다..’는 식의 발상은 ‘천연한 자연스러움으로 늘 낮고 천한 곳에 처하며 상대와 대항한다면 무로 변하여 다투지 않는다.’는 물의 도에 가까운 속성과 당장 충돌하고 있다.

 

- 以其無以易之: 그 까닭은 그것, 즉 물이 ‘(형체가) 없음’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물은 ‘형체가 없음’, 즉 ‘無’로 변하기 때문에 상대방으로서는 공격할 대상이 없어지는 것이며, 맞서 대항함이 없으므로 어느 것도 그것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약지승강 유지승강 천하막부지 막능행 시이성인운 수국지구 시위사직주

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 是以聖人云 受國之垢 是謂社稷主

수국불상 시위천하왕 정언약반

受國不祥 是謂天下王 正言若反

약하여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워 단단함을 이기는 것을 천하가 알지 못함이 없으나 행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옛날에) 성인이 말하기를 나라의 더러움을 (스스로의 것으로) 받아들이는바 이를 사직의 주인이라 하며, 나라의 상서롭지 못함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므로 이를 천하의 왕이라 일컫는다. 바른 말은 거스르는 것 같다.

 

- 弱之勝强 柔之勝剛: 천지대자연은 천연한 속성으로 그 작용이 있는 듯 없는 듯 의심스럽고 지극히 약하고 부드러운듯하나 이 세상 모든 것을 낳아서 먹이고 기르며, 아무리 단단한 산이나 바위, 쇠붙이라도 결국 흙이나 먼지로 만들어버리는바 이보다 더 강하고 단단한 것은 없다.

우주대자연 그 자체 같은 상자연한 도는 스스로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며 깊고 은미하게 작용하므로 약하고 부드러운듯하나 이 세상 무엇이든 하지 않음이 없고, 그 어느 것도 못함이 없는바 참으로 강하고 단단한 것이다. 그 같이, 약하고 부드러움이 그 어떠한 강함과 단단함도 이겨낸다는 것을 천하가 알지 못함이 없으나 그 속성과 이치를 일컫는 도와 덕의 밝음은 그 누구도 행할 수가 없다.(제36장 柔弱勝剛强 참고)

 

- 受國之垢 是謂社稷主: (임금은) 나라의 더러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므로 이를 사직의 주인이라 한다. 여기서 ‘垢’는 자의가 더러움이나 때이다. 즉, 임금이 스스로의 존엄함을 백성의 높이로 조화하여 백성과 풍진을 함께하면서 나라의 궂은일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임을 말한다.

‘사직’은 자의가 ‘땅과 곡식’이며, 곧 땅 신과 곡식 신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사직’은 ‘사직제단’의 준말로서 국토와 곡식의 번성을 기원하며 지신과 곡신에게 드리는 제사 혹은 그 장소를 일컫는데, 사직에 제사를 받드는 일은 임금이 몸소 행하였으므로 사직은 그 자체로 조정이나 국가를 지칭하였다.

 

- 正言若反: 善人(참되게 덕을 행하는 인사, 곧 성인)은 낮고 천하며 우매한 듯이 여겨지는 욕됨을 이미 몸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백성과 더불어 풍진을 함께하고 있으므로 그 누구의 어떠한 말도 거슬리게 들리지 않는다.

不善人(참되지 못한 인사, 곧 당시의 보통 군주)은 스스로 전통적 가치와 법식을 나름대로 지키며 적절하게 처신하는 것으로 행동하는바 자기가 알 수 없는 우주대자연 같이 상자연한 도와 덕에 대하여 아무리 참되게 설명을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를 거스르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떠한 말로 누구에게 충고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그 사람의 의견과 행동을 거스르는 것인바 문제는 그 충고가 얼마나 근본에 충실하며 객관성을 지닌 ‘正言(바른 말)’인가 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反: 제25,40,65장)

 

 

[章注] 원문 天下莫柔弱於水은 「하상공장구」에 원문 ‘天下柔弱莫過於水’로 되어 있으며, 내용은 차이가 없다.

원문 而攻堅强者莫之能勝에서 ‘하상공’은 ‘水能懷山襄陵 磨鐵銷銅 莫能勝水而以成其功也<물은 산을 감싸고 언덕을 오르며 철을 깎고 동을 녹일 수 있으니 물을 이겨 공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주석하고;

또 원문 以其無以易之에서는 ‘夫攻堅强者 無以易於水<무릇 굳고 강한 것이 공격하면 물(의 상태)에서 무(형체가 없음)로 변한다.>’라고 주석한다. 이 부분 원문과 관련해서는 ‘천하에 물보다 더 유약한 것이 없으나 (물이) 견강함을 공격하면 (물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식의 해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그러나 물은 어떤 경우에도 먼저 나서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속성을 갖고 있지 않다. 여기의 주석에서도 그러한 표현이나 내용은 없으며, 그러한 것은 모두 후학들의 오해로 사료된다.

<「하상공장구」에 따른 원문 해석: 천하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이 없으나 굳고 강한 것이 (물을) 공격한다면 (물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없다. 그것은 물이 무(형체가 없음)로 변하기 때문이다.>

한편, 왕필은 이 부분 원문 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强者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에서 ‘以 用也 其 謂水也 言用水之柔弱 無物可以易之也<‘이’는 ‘씀’이다. ‘기’는 ‘물’을 말한다. 물을 씀에 있어 유약함이 그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라고 하면서 본 장 전체를 아주 간단히 주석함으로써 「하상공장구」의 해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듯하다.

원문 弱之勝强 柔之勝剛은 「하상공장구」에 ‘故柔勝剛 弱勝强’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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