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71장~81장)

노자 도덕경 제79장

나무와 까치 2014. 10. 13. 09:05

제79장. 계철契徹

 

 

 

화대원 필유여원 안가이위선 시이성인집좌계이불책어인

和大怨 必有餘怨 安可以爲善 是以聖人執左契而不責於人

큰 원망은 화해和解하여 풀어내어도 반드시 여원이 남는다. (사람은 의식주가) 안정됨으로써 (그 성정이) 참되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성인은 좌계를 쥐고 사람을 다그치지 않는다.

 

- 安可以爲善: 뭇사람은 본질적으로 의식주가 안정되어야 비로소 거친 성정이 부드러워지고 순박한 심성으로 돌아와 사람다운 본성을 발휘하며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 是以聖人執左契而不責於人: 모두가 힘겹고 어려운 시기에 성인은 채권증서인 좌계를 쥐고 채무자를 다그치며 책망하지 않고, 다만 그저 진중하게 백성들의 형편과 그에 따른 ‘계’의 원만한 운영을 자상하게 살필 뿐이다.

여기서 ‘계契’는 나라에서 기근을 구제하기 위하여 흉년이 든 해에 어려운 지방이나 나라에 양곡을 대여해주고 이듬해 수확하여 되갚는, 주왕조의 전통적 사회제도로 이해된다.

양곡을 대차하는 경우, 그 내용을 나무나 대쪽에 기록하여 그 증표로서 부신符信을 작성하는데, 작성이 끝나면 그 부신을 반으로 갈라 좌측 반쪽은 채권증서로서 채권자가 보관하므로 좌계라 하고, 우측 반쪽은 채무증서로 양곡을 빌려간 채무자가 소지하므로 우계라 한다.(『예기』곡례편의 獻粟者執右契 참고)

현대회계학에서도 좌변에 채권을 기록하고, 우변에는 채무를 기록하여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 이론적 기원에 대하여는 이와 관련하여 한번쯤 생각을 해볼 만하다.

‘人’은 여기서 제후나 귀족 등 지도층인사를 일컫는다.(제57장 「하상공장구」 주석 ‘人 謂人君 百里諸候也’ 참고)

 

 

유덕사계 무덕사철 천도무친 상여선인

有德司契 無德司徹 天道無親 常與善人

유덕하여 계를 맡아 시행하, 무덕하여 철을 맡아 시행한다. 하늘의 도는 친밀함이 없으나 늘 참된 사람과 함께 한다.

 

- 有德司契: (재난이나 한발 등 어려운 시기에) 덕이 있으면 (임금이) 계를 살펴서 시행한다. 흉년으로 모두의 삶이 힘겨운 시기에 계를 살피며 백성을 구제하는 것은 도의 밝음을 참되게 좇아 자애로 덕을 행하는 일이다.

 

- 無德司徹: (임금이) 덕이 없으면 무덕하여 철을 맡아 시행한다. 여기서 ‘徹’은 춘추시대 중기 무렵에 있었던 주나라 조세제도인 ‘철법徹法’으로 해석되는데, 그에 따라 기존의 공전公田과 사전私田의 구분을 없애고 경작지 수확량의 10분지1을 징수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기근에 허덕이며 죽어가는 시기에 부족한 나라의 재정을 채우고자 조세와 각종 법령을 철저히 맡아서 시행한다는 것은 덕의 자애로운 속성을 극단적으로 거스르는 행위이다.

 

 

[章注] ‘하상공’은 본장 전체를 황로학의 입장으로 풀이하고 있다.]







'노자 도덕경(71장~81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자 도덕경 제81장  (0) 2014.10.27
노자 도덕경 제80장  (0) 2014.10.20
노자 도덕경 제78장  (0) 2014.10.06
노자 도덕경 제77장  (0) 2014.09.29
노자 도덕경 제76장  (0) 201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