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71장~81장)

노자 도덕경 제77장

나무와 까치 2014. 9. 29. 07:30

제77장. 장궁張弓

 

 

 

천지도 기유장궁여 고자억지 하자거지 유여자손지 부족자보지

天之道 其猶張弓與 高者抑之 下者擧之 有餘者損之 不足者補之

하늘의 도, 그것은 그저 장궁이여라! (활의 제작과정처럼) 높은 것은 누르고 낮은 것은 들며 남으면 덜고 부족하면 덧붙인다.

 

- 天之道 其猶張弓與: 하늘의 도, 그것은 다만 그저 활체에 줄을 메우는 일이로다! 여기서 ‘張弓’은 활의 몸체에 줄을 걸어 팽팽하게 당기는 일로서 ‘활줄 걸기’로 새길 수 있으며, 이는 활의 마지막 제작과정이다. ‘與’는 ‘이여라!’ 정도의 감탄사이다.

활을 하나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종 재료로 활의 몸체를 제작한 후에 해궁解弓작업에 들어간다. ‘해궁’은 활을 사용하는 사람의 체형과 성향에 맞도록 활체의 강연剛軟을 조절하고 좌우균형을 바로잡아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고도의 숙련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며 이것이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끝남으로써 비로소 활의 몸체에 줄을 걸 수가 있다. 활체에 줄을 걸어 균형을 바로잡는 일이 마무리됨으로써 이제 화살을 먹여 쏠 수 있는 하나의 활이 완성되는 것이다.

 

- 高者抑之 下者擧之 有餘者損之 不足者補之: 높은 것은 누르고 낮은 것은 들며 남으면 덜고 부족하면 덧붙인다는 것은 활체의 강연剛軟을 조절하고 좌우균형을 바로잡아 마무리하는 해궁解弓작업을 뜻한다.

이 구절은 이러한 활의 제작과정에 비유하여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하게 배려하며, 부유함을 덜어서 부족함에 보탠다는 성인의 상자연한 덕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천지도 손유여이보부족 인지도즉불연 손부족이봉유여

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

하늘의 도는 남음을 덜어서 부족함에 보태나, 사람의 도는 곧 그렇지 못해서 부족함(가난함)을 덜어 남음(부유함)을 봉양한다.

 

- 天之道: 여기의 ‘天(하늘)’은 우주대자연으로서 하늘이다. ‘天之道’는 大道’와 마찬가지로 ‘우주대자연의 섭리 같은, 상자연한 도’를 일컬으며, 이는 노자가 ‘세상의 (여러) 자잘한 도’라고 말한 ‘귀와 신의 도’, 즉 상제나 천제, 천신, 신선 등에 의한 도와 구분 짓는 개념이다.(天之道: 제9,47,73,77, 79,81장)

 

- 人之道則不然: 여기의 ‘人(사람)’은 제후 등의 ‘불선인不善人’을 일컫는다. ‘人之道’, 즉 사람의 도란 세상에 이미 만연한 소위 ‘자잘한 도’로서 천제나 천신, 신선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도를 말한다. 천제나 천신, 신선 등의 개념들은 결국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며, 이러한 도는 사람에 의한 도이다.

참고, 『노자』의 도: 노자가 활동할 당시에도 이미 ‘도’라는 것이 성행하고 있었다. 다만 그 도라는 것은 여전히 그러한 귀신이나 천제, 천신, 신선 등이 주재하는 전통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한 채 혼융되어 그 연장선상에 있거나 그로부터 파생한 것으로서 다분히 신비롭고 주관적인 모습의 소위 ‘신선도神仙道’였으며, ‘각 문파마다의 도’였던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노자가 제시한 것이 ‘도덕사상’이다. ‘도덕사상’은 그저 단순한 자연주의 이념이 아니다. 노자는 사물의 천연한 그대로를 물아일체의 관점에서 사실적으로 관찰하고 기술하는 자연과학적 방식으로 도와 덕을 정리하였다.

이는 귀鬼와 신神, 즉 귀신(곧 천제나 천신)이 우주를 지배하는 당시의 세계관에서 우주대자연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고 관찰한 그대로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자연과학적인 이념의 세계관으로 전환을 시도한, 당시로서는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마음의 빔을 지극하게 하고 성정을 고요히 함으로써 노자는 스스로 참된 본성을 닦아 사물의 근본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였고, 그러한 물아일체의 바탕에서 한 치도 어김이 없는 무한한 섭리로 도도히 운행하는 우주대자연의 어떤 실체를 통찰하였던바, 이것이 곧 ‘도道(의 존재)’이다.

덕德이란 그러한 도의 밝음을 인간이 그대로 좇아 참되게 이행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직접 도를 행할 수는 없다. 도의 밝음을 사람(왕)이 그대로 좇아 행하는 그것이 사람이 행하는 도이며, 이는 곧 참된 덕(上德)이다. 상덕이야말로 천하를 아우르는 성군의 본분이다.

그로써 왕은 천지자연의 섭리 같은 조화로운 질서 속에서 모든 것을 긍정하고 포용하며 백성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아가고, 백성은 모두가 부귀권세를 모른 채 그저 생업에 충실하며 소박하나마 맛나게 먹고 맵시 있게 입으며 화목하게 이웃과 더불어 마음껏 자유로운 일상을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게 사람은 자유롭게 천수를 누리다가 다시 道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도덕사상’이다.

 

 

숙능유여이봉천하 유유도자 시이성인위이불시 공성이불처 기불욕현현

孰能有餘以奉天下 唯有道者 是以聖人爲而不恃 功成而不處 其不欲見賢

누가 넉넉함이 있어 천하를 봉양할 수 있겠는가? 오직 도가 있다. 그 때문에 (도의 밝음을 좇는) 성인은 위하되 그에 의지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어도 (그것으로) 처신하지 않고, (자신의) 현명함을 드러내고자하지 않는다.

 

- 爲而不恃: 위하되 그에 의지하여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즉, 사사로움이 없이 천연한 그대로 위하므로 그 대가를 부추김이 없다.(爲而不恃: 제2,10,51,77장)

 

 

[章注] 원문 孰能有餘以奉天下는 「하상공장구」에 ‘孰能以有餘奉天下’로 되어 있으며, 그 주석의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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